천안 키스방
- 천안 키스방
- 4월 17일
- 1분 분량
"야, 천안에 그런 곳도 있어?"
친구의 수군거림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천안 키스방은 어쩌면 이 도시의 이중생활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인지 모른다. 낮에는 착한 대학생들로 북적이는 거리가, 해가 지면 슬쩍 다른 얼굴을 보인다.

불야성으로 유명한 천안역 뒷골목. 여기저기 붙은 '프라이빗 카페' 간판들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2층 이상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 초인종 옆에 붙은 작은 안내문. "예약제 운영"이라는 문구가 모든 걸 설명한다. 현관에는 CCTV가 늘 켜져 있고, 들어갈 때마다 어딘가 찍히고 있을 것 같은 불편한 느낌.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찾을까?
새벽 2시, 마지막 지하철이 떠난 후. 몇몇 키스방만이 불을 켜고 있다. 다음날 아침 첫 수업을 앞둔 대학생들, 새벽 교대 근무를 마친 직장인들. 이들은 모두 같은 공간에서 각자 다른 이유로 30분의 위로를 산다.
지난달, 천안시의 단속으로 천안 키스방 3곳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문을 닫은 업소들은 2주 후 조금 다른 이름으로 다시 열린다. '고객은 계속 찾고, 업주는 계속 버틴다'는 현실.
요즘은 인스타그램으로 후기를 공유하는 시대다. 천안키스방 해시태그 아래에는 익명의 체험담이 가득하다. "분위기 좋은 곳 추천해요"부터 "다시는 안 갈 것 같아요"까지, 극과 극의 반응이 공존한다.